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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건강검진하는 날: 12월의 고백과 안도의 숨

by 오늘도반짝반짝 2025. 3.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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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의 끝자락, 12월의 찬 공기가 뺨을 스칠 때쯤이면 늘 마음 한구석에 묵혀둔 일들이 떠오른다. 그중 하나는 바로 건강검진이다. 바쁘다는 핑계로, 또는 몸이 특별히 이상하지 않다는 이유로 미루고 미뤄왔던 건강검진이 이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로 다가왔다.

미루고 미뤘던 시간들

살다 보면 "다음에 해야지"라고 넘기던 일이 얼마나 많았던가. 건강검진도 그중 하나였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이어지는 수업, 틈틈이 해야 할 보고서와 입시, 학과 업무, 친구들과의 약속까지. 건강검진은 언제나 우선순위에서 밀려났다.

"아직은 괜찮겠지."

몸에서 특별히 이상 신호가 온 것도 아니었고, 병원을 방문하는 일 자체가 왠지 불편했다. 건강을 확인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검진을 받을 때의 번거로움과 결과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건강검진을 더 멀게만 느껴지게 했다.

12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순간

그러다 12월이 되었다. 학기의 마지막 강의 일정이 정리되고, 시간적 여유가 없어 더 이상 미룰 수는 없었다. "이제는 더 미루면 올해 건강검진을 못받을 수도 있겠다."하는 생각이 들었다. 주변에서 들려오는 건강 문제에 대한 이야기가 나의 마음을 흔들었다. 지인의 갑작스러운 병 소식은 검진에 대한 불안을 더 키우기에 충분했다.

결국 병원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간호사로 근무하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8시부터 검진을 시작한단다. 7시50분 둘째 아이를 버스 정류장에 내려주고 급하게 병원으로 향했다. 빨리 주차를 하고 대기번호를 뽑고 나서도 마음이 편하지는 않았다. 검사를 받기 전날, 머릿속을 떠도는 수많은 생각들이 나를 괴롭혔다. "혹시 무슨 문제가 있으면 어떡하지?" "너무 늦지 않았을까?" 하지만 걱정만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는데도 말이다.

검사 전날의 불안과 준비

건강검진 전날은 늘 특별한 긴장과 걱정을 동반한다. 전날 밤, 음식을 금해야 하는 공복 상태는 평소보다 내 몸을 더 민감하게 만들었다. 평소라면 가볍게 넘겼을 소소한 통증과 이상 신호가 유난히 크게 느껴졌다.

거울을 보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지금 내 몸을 얼마나 알고 있는 걸까?"

건강검진은 단순히 몸의 이상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이 아니다. 그것은 내가 그동안 내 몸에 얼마나 무관심했는지를 깨닫는 시간이다.

검진의 순간: 고요한 두려움

검진 날 아침, 이른 시간 병원을 찾았다. 추운 날씨 속에서도 병원은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접수를 마치고 대기실에 앉아 있노라면, 나와 비슷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의 얼굴이 보인다. 어떤 이는 피곤한 표정으로, 어떤 이는 불안한 눈빛으로 차례를 기다린다.

검사는 순서대로 진행되었다. 혈압을 재고, 혈액을 채취하고, 내시경 검사를 받는 동안 묘한 두려움이 스며들었다.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어떤 확신도 가질 수 없다. 검사 도중 의료진이 무심코 던진 질문조차 "무언가 잘못된 건 아닐까"라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결과를 기다리는 시간: 희망과 불안의 경계

검사를 모두 마친 뒤에는 결과를 기다리는 시간이 찾아온다. 검진을 끝낸 후의 안도감은 잠시뿐, 결과를 확인하기 전까지는 마음이 편치 않다. 병원의 기다림은 시간이 멈춘 듯 느껴진다.

결과 상담실로 들어갔을 때의 긴장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의사의 입에서 나오는 첫 마디에 온 신경이 집중된다. "소변검사는 며칠이 소요되고, 내시경검사는 특이소견이 없습니다. 단지 가벼운 식도염과 위염 정도가 있으니 심해지면 약을 복용하세요."라는 말로 나의 걱정은 내려앉았다.

그 말을 들었을 때의 안도감은 어떤 말로도 표현하기 어렵다. 나도 모르게 크게 한숨을 내쉬며, 이제야 비로소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건강검진 후에 드는 생각들

건강검진은 단순히 결과를 듣고 끝나는 과정이 아니다. 그것은 내 삶의 방식을 돌아보게 만드는 계기다. 검진을 통해 알게 된 사실은 하나다. 나는 생각보다 내 몸을 잘 알지 못했고, 건강에 대해 무관심했다는 점이다.

검진이 끝난 뒤, 나는 나 자신에게 약속을 했다. 내년에는 더 건강한 습관을 만들겠다고. 과거의 나를 반성하며, 이제는 건강을 우선순위에 두겠다는 다짐이었다.

한 해의 끝에서 얻은 교훈

12월,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기에 건강검진을 받는 것은 단순히 신체 상태를 확인하는 일을 넘어선다. 그것은 나를 위한 특별한 선물이다. 나는 이 과정을 통해 내 몸을 더 이해하고, 스스로를 돌보는 방법을 배웠다.

건강검진은 나에게 "늦지 않았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내 몸은 나를 기다려주었고, 나는 비로소 그것을 알아차렸다. 또 다른 한 해를 준비하며, 나는 내 건강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다시 한 번 깨달았다.

건강검진은 불안과 두려움 속에서도 우리에게 새로운 시작을 약속하는 과정이다. 한 해를 마무리하며 몸과 마음의 상태를 점검하는 이 시간이, 내년을 더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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